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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렀다

 

 

마을 입구 오른쪽에는 지서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이 지서 건물은 왜인이 한국인을 다스리기 위해 지은 집이다.

이 집은 왜인 경찰이 칼을 차고 들락거렸던 주재소이다.

주재소 건물 앞에는 왜인의 꽃, 벚꽃나무가 아름드리 정자나무처럼 무성하여 푸른 잎이 싱싱한 게 한 개도 아닌 네그루가 벌곡 사람들이 벚꽃나무를 보면 찡그리게, 외면하게 기를 죽이고 있다.

그것은 36년동안 왜인 따라 벌곡 사람을 주눅이 들게 하였다.

벌곡 사람들은 왜경에게 주재소로 끌려가서 왜인의 심심풀이 고문을 당했었다.

툭하면 왜경은 벌곡 사람을 주재소로 끌고가 주재소 콩크리트 바닥에 무릎을 꿇리고, 무릎을 구둣발로 짓이기고, 벚꽃나무에 매달아놓고 벚꽃나무 몽둥이로 찜질하여 압박과 설움에 푹푹 쩔게 하였다.

왜인은 1945년 8월 15일 미국에게 원자탄 맛을 보고 무조건 항복할 때까지 한국인을 진저리치게 하였었다.

그런데 그 주재소가 불타 없어져야 하는데 없어지질 않았다.

왜인의 주재소 간판이 벗겨졌다.

그리고 간판이 다시 그 자리에 붙었다.

새로 붙은 간판은 벌곡 지서라고 쓰여 있다.

벌곡지서 간판이 붙은 건물에는 한국인 경찰이 검정 제복을 입고 왜인 경찰을 대신하고 있다.

해방이 되었어도 왜인이 없어졌어도 벌곡 사람들은 벌곡지서를 얼굴을 찡그리며 주재소라고 부른다.

그도 그런것이 해방만 되었다는 것 뿐이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한인 경찰은 왜인 밑에서 왜인의 앞잡이 경찰 노릇을 하던 것들이라 왜경보다 한술을 더떠 벌곡 사람들에게 을러대고 있다.

왜인 경찰 상관이 쫓겨갔으니 아주 제 세상을 만나 버렸다.

벌곡지서에 안 순경이란 자가 있었다. 그리고 이 순경이란 자도 있었다. 전 경사라는 자가 지서 주임 노릇을 하고 있다.

지서 앞길을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지서를 흘금거리며 숨소리도 죽인 채 팔을 옆구리에 붙이고 걸음도 천천히 걷는다. 그들의 얼굴은 잔뜩 겁먹은 얼굴이 되어 누런 핏기 없는 얼굴이 샛노래져 버린다. 마치 서모 만난 어린아이 같다.

오늘은 턱골에 사는 박희수라는 젊은 청년이 지서 앞을 지나가고 있다. 그는 지서 정문을 흘금 쳐다본다. 지서 정문은 양쪽으로 활짝 열어 놓았다. 지서 안이 환하게 있는 그대로 보인다.

맨 안쪽에 정면으로 책상이 놓였고 책상 오른쪽과 왼쪽에 책상이 하나씩 놓여 있다.

왼쪽 책상 옆에 길다란 의자가 놓여져 있다. 기차역 대합실에서 기차를 타려고 사람이 앉아서 기다리는 길다란 의자를 빼앗아 놓은 것이라고 동네 사람들은 그렇게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길다란 의자는 다섯 사람 혹은 여섯 사람이 앉아서 기다리는 두꺼운 송판으로 만든 묵중한 의자다.

동네 사람들은 지서에 끌려가서 순경에게 잘 보이면 우선 그 길다란 의자에 앉혀진다. 그리고 순경의 조사를 받기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순경에게 잘 보이려고 주머니에 있는 것을 타의칠부 자의삼부로 꺼내서 순경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 주는 일을 하여 왔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은 산에서 나무를 하여 지게로 지고 내려오다가 순경에게 발각이 되면 트집이 잡혀서 지서로 끌려간다. 가랑잎을 긁어모아 묶어서 지고와도 빼앗기고, 고주백이를 뽑아 와도 빼앗기고, 죽은 나뭇가지를 낫으로 베어 와도 뺏기고, 풀에 솔잎 한 개만 섞여 있어도 빼앗기고 만다.

그리고 빈 지게만 덜렁 지고 나오는 일이 날마다 일과처럼 되어왔다. 순경네 집의 방구들과 지서 숙직실과 지서 난로에 불때는 일이 오늘까지 그렇게 하여 왔다.

그러므로 그들은 순경은 허가난 강도 놈이라고 그들의 뒤에다 대고 욕을 하고 저주를 하여 “망할 놈의 세상 어서 망해 버려라! 어서 어서” 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 길다란 의자에 동네 사람이 아닌 안 순경이 앉아 있다.

박희수는 안 순경과 눈이 마주친다.

그순간 박희수는 찔끔한다. 그의 가슴은 철렁소리가 나며 찌르르 전기에 감전이 되고 만다. 그는 못볼 것을 훔쳐보다 졸지에 등덜미를 붙잡힌 사람이 되었다.

그의 눈에서는 황당한 게 꾸역꾸역 나오기 시작한다.

그는 걸음을 걷는 것을 졸지에 잃어버렸다.

안 순경은 엷게 웃음을 눈에다 담는다. 그리고 박회수를 바라보며 즐기고 있다. 안 순경은 스스로가 사람이라는 걸 잃어버리는 곳으로 빠지고 있다. 그는 짐승의 먹이사슬을 머리에 하나가득 그리고 있다.

‘저 놈 새끼가 나를 우러러보게 하여야지!

저 새끼가 나에게 비지 발발하게 하여야지!

저렇게 못난새끼가 밥은 어떻게 처먹나?

저런 것이 집에서는 큰소리 팽팽치겄지!

한국 놈은 그런 게 많다구!

제 새끼를 팡팡 조지겠지!

술을 처먹으면 제 기집을 몽둥이로, 주먹으로, 발길질로 이가 부러지고 고막이 찢어지게 조지겠지!

저런 새끼에게 하늘 높은 것을 보여주어야지!

그러면 내가 순경 중에도 제일 무서운 순경으로 심어지겠지!

내가 누구야? 저런 합바지 새끼와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나는 저런 것들을 다스리는 순경이라고!

내 말 한마디면 저런 무지렁이는 몇 년을 푹 썩게 할 수 있다구!

내가 펜대 놀린대루 몇놈이 지금도 감방에서 콩밥을 먹고 있지!

저런 못난이들은 공산당이 꼬시면 홀라당 넘어가 공산당이 좋다고 만세를 부를 놈이라구!

저런 놈은 초장에 그냥.....’

그는 눈알을 심술맞게 굴리면서 잔인한 웃음을 입가에 흘러내리고 있다.

안 순경의 오른손이 천천히 펴졌다. 그리고 신속히 뒤집어졌다.

그리고 하늘을 향했다. 그리고 가운데 손가락이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까딱거린다. 그러자 무명지 손가락도 덩달아 까딱거리며 청년을 오란다.

박회수는 손가락을 놓칠세라 주목한다. 그리고 그의 발은 지서 정문을 향해 천천히 두려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박희수는 고개를 들었다. 목은 앞으로 늘였다. 양쪽 어깨는 앞으로 당겼다. 두손은 배꼽 부근에 모았다. 왼손은 오른 손등을 감싸쥐었다. 그의 허리는 목을 따라 졸지에 늙은이가 되어 버렸다고 지팡이에 몸을 얹고 싶었다는 모습이다. 그의 걸음을 걷는 다리는 두려움을 이기느라 덜덜거리고 있다.

그가 신고 있는 검은 고무신은 오른쪽 뒷꿈치가 닳아져 찢어진 채 질질 끌고 걷는다. 왼쪽 고무신은 낡아서 헐떡거리는 걸 하느라 걸을 때마다 반주를 먹인다.

“찌익 헐꺼덕 찌익 찔꺼덕 찌익 헐꺼덕 찌익 찔꺼덕” 소리는 날래 지서 속으로 박희수보다 잽싸게 좇아 들어간다. 그리고 안 순경의 귀를 사정없이 잡아 비튼다.

안 순경은 검고 붉은 얼굴, 버르르 땡땡한 얼굴을 잔뜩 찡그린다.

그는 못볼 것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을 졸지에 만들었다.

그러느라 조금 비웃는 웃음이 있던 주름살 그것도 다림질을 당했다. 그리고 웃음없는 주름살을 해가지고 찔꺼덕 소리 따라 청년의 발을 내려다본다. 그의 눈은 못 볼 것이라도 보았다고 고개를 왼쪽으로 홱 돌려버린다.

그의 입은 갑자기 벌에 쏘였다고 있는 대로 졸지에 퉁퉁하게 부었다. 그리고 입술을 생긴 대로 내어민다. 그러느라 코가 졸지에 납작코가 되더니 눈알도 안보이게 눈도 실눈이 되었다.

그리고 금방 얼굴을 다림질한다. 그리고 ‘가소롭다 추접한 놈’ 이란 웃음을 여리게 담는다. 그리고 고개를 홱 돌려서 현관 문턱을 넘고 있는 가늘게 떠는 바지 끝을 잽싸게 잡아서 쓱 훑는다.

그리고 찔꺽거리는 검은 고무신에서 흙탕물이 발등으로 기어나왔다가 잽싸게 들어가는 것을 놓치지 않고 날쌔게 잡아서 본다.

그리고 얼굴을 냉큼 들고는 청년의 얼굴을 째려본다.

그러느라 안 순경의 눈은 벌써부터 매눈깔이 되어있다.

안 순경의 입도 눈을 좇느라 매 주둥이가 되느라 아랫입술은 윗입술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안 순경의 앞니는 아랫 입술을 물고 있다.

안 순경의 매눈은 청년의 얼굴과 목을 찍을 것처럼 그리고 피를 낼 것처럼 사납게 유들거린다.

박희수는 매눈깔에 매달렸다. 그리고 매눈깔에 끌려들어 안 순경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너 주재소 들어오는 법 몰라?”

“아! 예!”

“너 뭣하는 놈여? 엉!”

“예! 저어... 머슴살아유!”

“임마!”

“예!”

“씻고 다니지 못해?”

“예!”

“이런 새끼가 밥은 어찌 처먹나!”

“예!”

“너 어디 가는거냐?”

“예!”

“야! 이새끼야!”

“예!”

“어데 가냐 말야?”

“저 앞내에 가유!”

“앞내가 어디야 엉?”

“저기 앞산 밑에유!”

“거기 누가 있나 엉?”

“저... 저, 아무도... 아니, 몰라유!”

“이 새끼봐라 누굴 놀린대이! 누굴 놀린대이!”

안 순경의 눈은 금방네 소의 눈이 되었다. 그리고 눈 흰창이 커다란게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왔다 갔다를 분주히 하며 청년의 정신을 뽑고 허물어 뜨린다. 안 순경의 황소 눈은 왔다갔다하느라 핏발이 섰다. 그리고 눈의 흰 창에 찰싹 달라붙어 청년에게 겁을 자꾸 먹인다.

“요 새끼 빨갱이 새끼고마!”

“아녀유!”

“요새끼 보래! 니 죽고 싶나 엉?”

안 순경은 오른손을 들어 책상을 꽝 친다.

박희수는 찔끔한다.

청년의 목은 어깨 속으로 쏙 기어 들어간다.

박희수의 꾀죄죄한 얼굴은 가슴 속으로 냉큼 따라 들어가지 못해서 징징 우는 얼굴을 하고 있다. 박희수의 입에서는 징징거리다가 점점 똑똑해지기 시작한다.

“아녀유! 난 죽기 싫어유!”

“이새끼 보래! 이랬다 저랬다 한 대이!”

“누가 이랬다 저랬다 했나유?”

“이 새끼 바보짓하며 사람 놀린대이!”

“내가 언제 놀렸남유?”

“빨갱이 새끼들이 이랬다 저랬다 거짓말을 잘하는데 이 새끼 거기서 물들었대이!”

안 순경은 엷게 웃으며 말한다. 박희수는 안 순경의 얼굴을 팍 뚫어지게 욕을 하며 쳐다본다.

‘이제 보니께 경상도 문둥이구먼! 그것들은 사람을 잘 무시하는 것들이여! 아첨도 잘하고 거짓말도 잘한다구! 욕심이 쪽제비라구! 제 눈에 별볼일 없다 싶으면 사람을 깐보고 말여! 돈이라도 생길 것 같으면 살살거리다가......

안 순경 이새끼도 내가 바보같이 보이니께 아주 잡아 먹을 것으로 안다니께! 아주 충청도 사람처럼 흉내내다가...... 본색을 들어내는 놈들이라구....내가 그렇게 호락호락 하게 보인다 그 말이지!’

“빨갱이는 거짓말 잘해두 나는 거짓말 안한단 말여!”

“하, 이새끼가”

안 순경은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그의 오른손은 번개처럼 박희수의 왼쪽 빰을 후려친다.

“왜 때려?”

박희수는 씩씩댄다. 그리고 그는 그의 볼을 감싼다.

“순경한테 반말하면 죽여 이 새끼야! 너 아까 누굴 만나러 간다 했지?”

“앞내에 목욕 간다고.....”

“누구야? 바른대루 말해! 그렇지 않음 집어넣어! 너 징역 살고 싶어? 앞내가 어디야?”

“앞내는 동네 사람 목욕하는대유!”

“시냇물 흘러가는 곳이냐?”

“그러니까 목욕하지유!”

안 순경은 대번에 헛김이 팍 새어버린다. 황소 눈깔도 김이 빠져 사람 눈이 되어 버린다.

“이새끼 한 번 봐줘?”

안 순경은 크게 생색 내는 말을 중얼거린다.

그리고 오른손을 빨랑 들었다. 그리고 손가락 네개를 들었다 급하게 내린다. 그짓을 두 번을 한다.

“날래 꺼져!”

박희수는 볼을 비비며 주재소 문턱을 넘는다. 그리고 고개를 천천히 돌려 안 순경을 쳐다본다. 그는 입을 어금니로 잔뜩 힘주어 닫은 채 쳐다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린 그의 입은 열린다.

그의 열린 입은 “체-” 하는 소리를 낸다.

“내가 재수가 없으니께 저런 것이 까불어! 내가 가만히 있을줄 아남? 두고보라구! 안 순경 너 잘되는지 두고 볼꺼여!”

박희수는 두런거리며 주재소를 벗어난다. 그리고 한길에서 다시 주재소 건물을 쳐다본다. 그의 눈은 오기가 돋아서 흘기고 있다.

그는 주재소 건물 앞에 있는 벗나무를 다시 전지를 하는 눈으로 싹뚝 베어버린다. 그리고 고무신을 끌면서 고무신의 찔꺼덕소리를 남기면서 앞내 쪽으로 걸어간다.

 

박희수가 주재소를 나간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이 순경이 주재소로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걸어 들어온다.

그의 양팔은 천천히 앞뒤로 흔든다. 팔에서는 거드름 냄새가 땀냄새를 타고서 사람을 압박하러 덤비고 있다.

그의 걸음은 불곰이 걷는 것 같다. 그의 옆에는 30대쯤 되어 보이는 청년이 그에게 끌려서 걷고 있다. 청년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청년은 열이 많이 올라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이를 깨물고 독오른 눈을 이 순경에게 사납게 흘기며 걷는다.

그는 흰 포승줄에 두팔이 꽁꽁 묶여 있다. 두손은 배꼽 있는곳에 매달렸다. 그리고 두팔은 양옆구리에 달라붙게 묶여 있다.

안 순경은 주재소 앞을 살피며 앉아 있다. 그는 이 순경이 주재소 대문을 들어오는 것을 지켜본다.

“한껀 했구먼!”

그는 동료를 반기며 축하하는 말을 한다.

“조져 봐야 알지!”

“저런 새끼는 조지면 불게 돼 있어!”

“촌놈의 새끼가 나를 깐보는게야! 아 글쎄 ‘순경이면 다야?’ 하는거 안있나?”

이 순경은 안 순경 맞은편 책상으로 걸어가며 씩씩댄다. 그리고 털썩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부채를 들어 얼굴을 찡그리며 바람을 일군다.

젊은이는 이 순경 책상 앞에 섰다.

“꿇어! 이새끼야!”

“내가 뭐 잘못했습니까?”

“꿇어! 이새끼야!”

이 순경은 눈알을 희번덕거린다. 청년은 이 순경의 눈을 똑바로 처다보며 버틴다.

“요새끼봐라!”

이 순경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청년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구둣발로 청년의 정갱이를 걷어찬다. 청년은 얼굴이 대번에 일그러진다. 그리고 입이 벌어진다. 그리고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그리고 비실거리며 주춤 주춤 뒤로 밀려난다.

“못 꿇어? 이새끼!”

이 순경은 말을 함과 동시에 빰을 불이 나게 갈긴다.

“내가 뭐 잘못한게 있수?”

청년은 좀처럼 기가 꺾이지 않는다.

“이새끼 말이 많네! 팍 조져야 되겠구먼!”

안 순경이 바람잡는 소리를 한다. 그리고 눈깔을 히뿌연하게 만들어 휘둥그린다. 이어 의자를 들어 콩크리트 바닥을 팍 소리가 나게 메다 꽂는다. 그리고 “몽둥이 어딨어?” 하고 찢어지는 소리를 내지른다.

안 순경의 얼굴과 목덜미는 시뻘건하게 고추장을 발라놓은 것 같다. 그리고 그는 청년의 등허리에 달라붙은 포승줄을 잡고 청년의 오금을 왼발로 내지른다. 그리고 포승줄을 땅으로 확 잡아당긴다.

청년의 무릎은 콩크리트 바닥이 깨지는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꿇어지고 만다.

“너 주소가 어디야?”

“벌곡면 신양리 131 번지에 삽니다.”

“이름이 뭐야?”

“김일승입니다.”

“학교는 어디 졸업했나?”

“충남 대학 졸업했습니다.”

“그래서 건방지게 굴었구먼!”

“내가 건방진게 뭡니까?”

“내가 누구야?”

“순경 아닙니까?”

“그런데 순경이 부르면 냉큼 오지 왜 못들은 척해?”

“거리가 멀어서 안 들려서 그렇구! 내 볼일이 있으니까 내 갈 길을 간 것인데 그게 잘못입니까?”

“이새끼봐라! 임마! 순사가 오라면 오는게지 못들은척 한다구 그냥 놔둘 것 같냐?”

“사람이 못들을 수도 있는 건데....”

“너, 야! 이새끼야! 거기 서 있으라는데두 빨리 가지도 않구 누굴 약 올려 응?”

“내가 잘못이 없는데 뭐가 무서워 도망을 칩니까? 내가 그냥 내빼면 꼼짝없이 죄인 취급 받을게 아닙니까? 그래서 천천히 걸은거지 순경님을 무시해서 그런게 아닙니다.”

“너 요새 좌익운동 하는거 아냐?”

“좌익이 뭡니까?”

“공산당 운동하는 거 몰라?”

“나는 공산운동이 무엇인지 처음 듣는데유!”

“이새끼보래! 아주 능구렁이다 고마! 너 직책이 뭐이야?”

“직책이 뭔디요?”

“너 신양리 책임 비서 아냐?”

“비서가 뭔지도 모릅니다.”

“신양리 당위원장이 누구야?”

“나는 그런거 모릅니다.”

“이새끼 응큼떤대이!”

“우리 집안은 그런 정신없는 짓 하는 집안이 아니며 우리 당숙이 치안국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래?”

이 순경과 안 순경은 동시에 묻는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이 동시에 해쓱해져 버린다. 그리고 눈알이 대번에 크게 떠지고 동공이 화들짝 열리며 넋이 빠져 버렸다.

이 순경은 누런해진 이마에서 땀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그리고 입을 벌린다. 그리고 더듬기를 한참을 한다.

“저........ 저... 미안합니다. 정신이 없어서....”

그는 떠듬거리며 손을 덜덜거리며 포승줄을 풀어준다.

그리고 옷을 털어주고 의자를 곁에 갖다 놓는다.

“내가 눈이 멀어서 선생님을 몰라 뵈었습니다. 이거 원 경찰 가족을 몰라보다니 눈이 제가 멀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경찰 업무가 이렇습니다. 좌익 아이들이 하두 날뛰는 통에 정신이 없어서 경찰 가족을 몰라 뵈었습니다. 큰 죄를 지었습니다. 치안국에 계신 분께 말씀을 잘해 주십시오.”

애원을 하는 그들의 입, 호령하던 그 입은 온데 간데 없어져 버렸다. 그들의 혈색 좋은 빨간색도 꼬리가 안보이게 내뺐다. 그리고 누런물만 대신하고 있다.

힘 자랑, 권세 자랑하던 그들의 어깨는 졸지에 날개가 꺾여져 추래 하기만 하다. 그리고 옹골차던 목소리는 고양이 만난 쥐새끼 소리가 되어 있다.

청년은 어처구니가 칠해진 얼굴로 할 말을 찾느라 천정을 올려다보고 창밖을 내다본다. 그리고 묶였던 손목을 번갈아 쓰다듬는다.

포승줄에 잔뜩 묶였던 손목에는 골이 깊게 파여 검붉은 골짜기가 생겼다.

‘이새끼들을 깡그리 요절을 내? 이런 한심한 경찰새끼들은 모조리 청소를 해버려? 그래야 시골 무지렁이가 생고생 않고 살지!나라를 위해서도 이런 것들은 모가지를 비틀어야 된다구! 이새끼들이 얼마나 많은 양민들을 못살게 했을까! 이새끼들 눈에는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질 않는게야! 그러니 사람이 무엇인지 뽄대를 보여야 한다구! 이런 순경 놈들 때문에 법대로 순경 노릇하는 사람까지 욕을 먹여요! 그러니 국민이 정부를 욕하고 원성이 하늘에 사무치는거여! 이런 암덩어리 새끼들은 쓸어 내 버려야한다구!’

청년은 다시 천정을 보고는 입을 천천히 벌린다. 그리고 비웃음을 얼굴에 담는다. 그리고 이 순경을 똑바로 쳐다본다.

“나 가도 됩니까?”

청년은 차분한 목소리로 묻는다.

“아! 예!”

이 순경은 갑자기 직속 상관을 만난 것처럼 잔뜩 주눅이 들었다.

“예! 예!”

이 순경은 허리를 굽신거린다.

청년은 현관을 향해 천천히 걷는다.

이 순경, 안 순경도 청년의 뒤를 따라간다.

청년을 따라가는 그들의 모습은 의붓아비 따라가는 아이 꼴이 되어 있다.

“주막에 가서 약주라도 한잔 하시지요! 제가 사죄......”

“필요 없으니까 당신네 일이나 보시오!”

“아! 예!”

“그래두.....”

“또 생사람이나 잡으시지!”

“아! 예! 죄송합니다.”

“용서하십시오!”

“어디까지 귀찮게 하려고 그럽니까?”

“아! 예! 그럼 저희들은 선생님의 선처를 빌겠습니다.”

순경들은 청년이 골목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엉거주춤한 채 장승이 되었다. 그리고 딱한 냄새를 풍기고 서 있다.

 

청년은 골목으로 들어가서도 천천히 걸어간다. 그는 두손으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머리를 돌이질 한다. 그리고 두손의 손가락을 갈쿠리로 만든다. 그리고 머리 속을 신경질적으로 긁는다.

그리고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두 번 빗질을 한다. 그리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문다. 그의 양볼은 꿈틀한다. 그의 입은 양쪽으로 잡아당겨진다. 그의 입술에서는 사나운 게 금방 뛰쳐나올 기세다.

새끼 빼앗긴 암콤의 찢어지는 소리가 쏟아 질듯 씰룩대기 시작하였다. 그런데두 이상하리만치 잠잠한 게 그를 계속 끌고 간다.

‘그러니까 중기네 머슴이 지서에 붙들려 가서 앞정갱이가 깨지고 어깨가 퉁퉁 붓도록 맞고 나와 일도 못하고 끙끙 앓고 있다더니......

이런 개만도 못한 순경 새끼들이 사람을 개잡듯 했구먼....

시골에서 끙끙 지게나 지고 농사지으니까.....

이새끼들의 눈에는 사람으로 안보이는거지....

머슴살이 하는것두 서러운데 사람을 잡아다가 조지니....

머슴이 무얼 알아? 먹고 일하기도 바쁜 사람을 ....

껀수 올리려고 어수룩한 놈만 골라서 몽둥이 찜질로 허위자백하게 만들어 매에 못이겨 “내가 공산당이다.” 하게 만드는 새끼들......

그래 가지고 검사 놈도 판사 놈도 양민을 공산당으로 만들어 징역 살게 만드는 새끼들 천벌을 받아야지......

나라가 이지경이니 나라가 뒤숭숭한거라구......

개중에는 진짜로 공산당하여 나라를 어지럽히는 놈들도 있지.그러나 그걸 몰라?

말만 시켜 보아도 공산당 할 만한 놈인지 아닌지....

판사 정도의 수준이 되어 가지고 그걸 몰라? 대번에 알 수 있지. 경찰이 때려서 고문해서 고통에 못 이겨서 했다고 자백한걸 검사는 을러대서 허위 자백하게 만들어서 기소하기만 하면.....

대학공부한 판사가 미쳤지! 검사 놈의 말만 믿고 증거도 없는데 자백한 걸 가지고서 징역 보내고 죽이니....

천벌을 받을 놈들이여! 검사나 판사는 동기 동창생들이니 저희들 체면만 생각하지 생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은 모르는 것들이니 왜인의 말대로 뻥꾸라요 빠가야로여!

공부를 많이 했다는 새끼들이 더 악질이니 나라가 망하는 데로 달려가지......

돈이 있는 놈은 공산당보다 더 악한 짓을 해도 풀려나고 빽이 있는 놈은 빽을 믿고 지랄을 하고 그러니 시골이나 도시나 무지렁이들만 죽어 나는구먼!

옛날부터 세도 깨나 부려서 으시대든 집구석들 보면 후손들이 팔다리가 고장난 사람이 많고 정신병자 아니면 과부 고아 걸뱅이들이 많다구.....

그렇지 않으면 몇대 독자가 겨우겨우 내려오던가, 아니면 자손이 아주 끊어져서 무한 집이 있고, 그렇지 않으면 몹쓸병에 걸려서 고생고생 하는 사람이 많은 게 우연치 않게 많다는 것을.......

그리고 못된 짓 하던 악질 놈이 갑자기 뒈지는게 그런건데....

상식적으로 알아야 하는데 그것두 모르는 것들이 생사람 잡고 있어...... 이게 하나님이 그런 것들을 벌주시는거라구.......’

그는 나라 장래 속으로 울분에 떠밀려 둥둥 떠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