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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본능에 머물다

 

 

알성고지의 초저녁, 박남침은 저녁을 먹고 화장실에 막 갔다 왔다.

치안대의 간부들은 치안대 본부 천막에 모였다.

박남침은 대장 숙소에서 길게 누워 천정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쫓겨가고 있는 인민군들이 꼬리를 물고 어른거려 마음이 딴날 보다 편하지가 못하다.

‘내래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당을 위해서리 살아왔는데! 성과가 하나도 없시야! 내나이 사십이 넘은지도 여러해가 되었씀메!

쌓은 실적이 없시야! 무사니 열매가 없으면서리 할 말이 없는 거이지비! 내래 아니 벌써 사십살이 넘었시야!

남한을 남침하면 금방네 남한을 해방시킬 것으로 생각을 한거이 잘못 된 거이메! 우리 북조선 인민군만 세계 최고인줄 알았시야!

남한 아이들도 똑같이 조선 에미나이가 낳은 것인데 독종이 아니겠네! 여기서리 싸우는거이 승산이 없는 싸움이지비! 우리 치안대는 지금 무인도에 있는기야! 우리 인민군의 빨치산이가 이렇게 오래 버틸수 있다는 거이 알리는 거이지비!

승부는 이미 나 있는기야! 꺼럼! 국방군 아새끼래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간 다음에는 대둔산으로 올끼야! 인민군이 서울 부근에서리 버티고서리 양키놈들을 막고 있으면 우리 빨치산이가 국군 아새끼들을 신경쓰이게 할거인데....꺼럼! 우리 빨치산이가 혁명과업을 이루는데 서리 거시기를 할거인디 꺼럼!

우리 빨치산이가 투쟁을 해봐도 효과가 없는 싸움이야!

여기서리 거시기를 하는기야! 점점 목을 조여 오고 있음을 알 수 있지비..... 우리 인민군 빨치산이가 무명 용사가 되는 것이지비!

내를 따르고 있는 아이들은 사상이 대견한 아이들이지비! 충성심이 끝내주는 아이들이야! 꺼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예 인민군대이지비! 내 말이라믄 서리 물불을 가리지 않고 따르니.......

아까운 아이들이메! 당의 명령이 적의 후방을 괴롭히는 임무가 아니라믄서리 모두 데리고 이북으로 가서리 나라를 위해 더 큰 일을 맡기면 좋겠지비....... 대둔산에서 뼈를 묻게 하는거이 내 맴이를 쓰리게 하고 있음메!..... 며칠만 있으면 서리 국방군 아이새끼들이 몰려올 거인데..... 어쩌면 희생을 줄일 수 있씀메?

왜놈과 싸울 때는 명분이 뚜렷하야 조선 사람 모두가 친일파만 빼고서리 우리 항일 빨치산이를 도왔지만 찌금은 뿌리가 다른 거이메?

우리 공산당이 동포를 남한 동포를 많이 죽여 원성이 하늘에 사무쳤씀메! 왜놈에게 해야 할 짓을 같은 동포인 남한 동포에게 한거이메!

그리구서리 우리가 하늘의 도움을 받는 싸움을 할 수 없는 거이메!

인민군이 가는 곳은 불바다가 되고 인민군이 들어간 곳은 피바다를 맹든거이 세상이 다 알고 있으니끼니 어찌 우리에게 동정을 하겠씀메?

대둔산 아래 사람이도 인민군이라 하면서리 이를 갈고 있을 거이메!

공산당이는 피도 눈물도 없는 짐승으로 보이게 한거이 내 다 알고 있지비!’

“대장 동지 계십네까?”

“...........”

“저 안노해 왔씀네다!”

“밖에 누가 왔씀메?”

“저 안노해입네다!”

“들어 오라!”

“넷!”

“어서 오라!”

박남침은 출구를 바라보며 나무 침대에서 일어나 침대에 걸터 앉는다.

“여기 앉으라!”

박남침은 걸상을 가리킨다.

“넷!”

안노해는 대답을 하고는 그대로 부동자세로 서서 있다.

“앉으라!”

“대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씀네다!”

“뭣임메?”

“저와 같이 가셔야 되겠씀네다!”

“어데를 가는 거이메?”

“저희 지대장들이 대장님께 조그만 성의를 표하느라 자리를 만들었씀네다!”

“그게 무시기 소리임메?”

“대장님을 위해 조그맣게 술자리를 마련했씀네다!”

“꺼래! 내가서리 동무들에게 막걸리 회식이라도 열어줘야 하는데......거시기가 그래서리.....”

“대장님의 배려하심은 저희들이 다 알고 있씀네다! 감사합네다! 대장님이 부하들을 아끼시고 계신거이 전 대원이 고마워하고 있씀네다!”

“제가 안내하겠씀네다!”

“꺼래? 갑세!”

박남침은 졸지에 기분이 명랑해졌다. 그는 안노해의 뒤를 따라 걸어간다. 그는 속이 괴로워도, 초조해도 부하에게 태평한 얼굴을 보여 준다. 그는 부하들과 어울리는 걸 꽤 좋아한다.

안노해는 회의장 천막을 지나간다.

“어디로 가는 거이메?”

잠자코 따라가던 박남침은 궁금하여 묻는다.

“다 왔씀네다!”

안노해는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조금 들어가자 평평하게 마당을 만들어 놓았다.

거기에는 또 다른 천막을 쳐 놓았다.

“여깁네다!”

“꺼래!”

“대장님 오셨다!”

안노해는 천막을 향해 크게 말한다.

소리 따라 천막의 앞부분이 갈라지며 불빛이 환하게 마중한다. 그리고 지대장들이 우루르 좇아 나와 양쪽으로 도열한다.

“어서 오십시오! 대장님!”

지대장들은 한목소리로 환영을 한다.

박남침은 웃으며 천막 안으로 들어간다.

“대장님을 환영합네다!”

싱그럽게 들리는 가날픈 소리가 박남침의 귀를 놀라게 한다.

박남침은 가날픈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얼굴이 반사적으로 향한다.

그리고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그의 눈은 살피기 시작한다.

그의 코는 산속에서 찾을 수 없는 냄새에 코를 벌름거리고 있다.

그는 중앙으로 안내되어 의자에 앉았다. 그는 천막안을 두리번거린다.

천막 중앙에는 촛불이 여러개 켜져 있다. 통이 굵은 나무를 잘라서 세워 촛불을 받치게 했다. 천막 한쪽에는 둥글고 넓은 상이 보인다.

둥근 상은 흰 창호지로 덮혀 있다. 그리고 네모진 조그만 상이 그의 시선을 끌고 있다. 네모진 상 위에는 대나무가 화병에 꽃처럼 꽂혀 있기 때문이다. 그 옆에는 명주천을 커텐처럼 쳐 놓아 보이질 않는다.

그는 궁금히 여기며 시선을 돌린다.

박남침은 자기를 안내한 여자를 바라본다. 그는 계속 천막 안에서 풍기는 분냄새에 코를 흥흥거린다. 그는 미모의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이가 사십은 훨씬 넘었다고 생각한다.

“동무는 언제 여기 왔지비?”

박남침은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묻는다.

박남침의 묻는 말이 신호처럼 지대장들이 우르르 천막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두사람은 재빠르게 네모진 상을 마주 들어다 천막 중앙 박남침 앞에 놓는다.

“대장님. 일어나십시오!”

박남침은 안노해의 말에 묻지도 않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중년 여자는 의자를 한쪽으로 날래 치운다.

“신부 입장!”

안노해가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말한다.

안노해의 말이 떨어지자 나팔소리가 크게 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빰빠라 빰빠’ 소리 따라 명주천이 소리없이 옆으로 벗겨져 버린다. 박남침의 커다란 눈은 명주천을 바라보다 명주천을 따라간다.

그곳에는 흰 치마 저고리를 입은, 꽃이 질투하게 생긴 여자가 박남침을 사로잡는다.

신부는 꽃을 두손으로 들었다. 그리고 가슴에 안았다. 고개는 조금 앞으로 숙였다. 신부의 입술은 아주 빨간 칠을 하였다.

박남침은 얼떨떨한 눈으로 신부의 새빨간 입술에 꼼짝없이 붙들려 매달렸다. 그는 신부가 네모진 상 앞으로 걸어와서 다소곳이 마주 서 있어도 신부만 쳐다보고 있다.

“신랑 큰절!”

안노해는 크게 말한다.

“대장님 큰절 하십시요!”

중년 여자는 말한다.

박남침은 망설인다.

“대장님 어서 절하십시오!”

안노해는 박남침을 바라보며 재촉한다.

그제서야 박남침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박남침은 황당한 얼굴이 된다.

그리고 어색한 얼굴이 된다.

“대장님 부끄러워 마십시오! 대장님 어서 신부에게 절하십시오!

어서 하십시오!”

지대장들이 이구동성으로 재촉을 한다.

“신부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박남침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신부를 바라본다.

그리고 너부죽이 절을 한다.

“신부 큰절!”

안노해는 크게 소리친다.

신부는 안노해의 소리 따라 큰절을 한다.

“이것으로 신랑 박남침군과 신부 이리화양의 결혼식을 마쳤씀네다. 그러므로 신랑은 오늘 이시간 부터 어른이 되었음을 선포하는 바입네다.

우리 모두 박수!”

“짝짝짝! 짝짝짝!”

박수 소리, 나팔소리가 천막을 정신 빠지게 한다. 그리고 알성고지가 들썩이게 만들어 버렸다.

“안내합네다! 잠깐 조용히 하시라요! 다름이 아니라 신랑 신부가 취침할 거시기 방은 우리의 영명하신 대장동지의 숙소가 되갔씁네다!

많이들 가서 거시기를 엿 들으시라요! 이상입네다.”

그들은 밤이 맞도록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고 쇠고기를 씹는다.

 

다음날 대장 숙소

“대장 동지! 일어나시라요! 아침 식사하러 가시라요!”

식사 당번병이 대장을 깨우는 소리다. 식사 당번병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렇게 아침 늦게까지 늦잠을 잔 적이 없는데 이상하다고.....

그렇게 생각을 한다.

‘우리 대장이가 예쁜 에미나이를 얻더니서리 첫날밤부터 푹 빠진거이 아님메? 무시기 학교 선상질 하다가 인민군에 지원 입대한 것은 당성이 강한거야! 그리구 에미나이가 경성제대를 졸업이를 했으면서리 최고의 인텔리가 아님메? 우리 대장이가 팍 빠졌시야!

어째서리 시집을 안 갔지비? 그거이 수상한 거이메? 당성이 높다해도 내는 이해가 아니 되는거이 요상타 이거메!

꼬라지가 너무 미인이라서 인물 값을 할 거이메!

우리 대장 정신 못차리면 서리 우리 치안대 큰 일임메!

옛날부터 여자들이 사나이 잡는 일을 했다는 걸 아시라요!

저런 미모를 가지고서리 시집을 아니 갔었다는거이 이해할 수가 없씀메! 남조선 아새끼들이 그냥 놔둘리가..... 리북에서리..... 선상 노릇 했다는데...... 인민군에 입대 했으면서리...... 군관 아새끼들이 그냥 놔둘리가...... 그러니 이게 뭐이메? 우리 대장이가 속아 자빠진 것이지비!

우리 빨치산 걱정된다이.....’

“대장 동지! 일어나시라요!”

당번병은 생각을 굴리다 다시 소리친다.

“알았다이!”